부활절을 맞아 서울역 광장엘 나갔다. 

어느새 찬 바람은 사라지고

부활의 따뜻한 봄 기운이 광장에 가득하다. 

차가운 겨울을 이긴 거리의 형제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한 겨울을 광장에서 난 이들은 

몇 해를 보낸 듯 낯빛이 쇠락하여 있다. 

떡, 과일, 식혜, 사이즈별 팬티2장, 

마스크 10장 등을 나누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바라 보노라면

인간 세상이란 늘 가난과 실패, 

몸과 마음의 질병을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눈을 들어 하늘과 땅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다. 

아련한 아픔과 긴 탄식이 새어나온다. 

오늘은 지난 10여 년간

산마루교회에 드나들던 형제가 

이젠 알코올 중독이 심하여 

알코올성 치매 증상까지 보이며 

술병을 든 채 거리에서 반긴다. 

기도를 부탁하기에 

서서 등을 감싼 채 기도를 하니 

눈에 눈물이 맺혀 있다. 

다시금 알코올 치유센타 건립이 

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도하게 된다. 

그는 대학까지도 드나들었던 이였고 

노숙인으로 구성되었던 찬양대의 

멋진 음색의 베이스였지만 

이번 겨울을 거리에서 나면서는 

땅에 뒹구는 낙엽처럼 되어버렸다.  

오늘도 부활절을 맞아 사랑의 선물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나누어 준 교우들의 헌신에 

참된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면서 

큰 위로가 되고 감사의 마음이 밀려왔다. 

<부활절 서울역 광장에서, 以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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